별하나

기차를 놓치다

달그리매 2007. 8. 9. 17:36

    기차를 놓치다

     

                                 손세실리아

     

     

    골판지 깔고 입주한지 얼마 안 되는

    말수 없고 어깨 심히 휜 사내를 향해

    눈곱이 다층으로 따개비를 이룬

    맛이 살짝 간

    나 어린 계집의 수작이 한창 물올랐다

    농익은 구애가 사내의 귓볼에 가닿자

    속없는 물건은 불끈 일어서고

     

    새벽, 영동포역

     

    지하도에 내몰린 딱한 사내와

    �겨난 비렁뱅이 계집이 눈 맞았는데

    기어들어 녹슨 나사 조였다 풀

    지상의 쪽방 한 칸 없구나

    달뜨고 애태우다

    제풀에 지쳐 잠든 사내 품에

    갈라지고 엉킨 염색모 파묻은

    계집도 따라 잠이 들고

     

    살 한 점 쉬지 않고도

    이불이 되어 포개지는

    완벽한 체위를 훔쳐보다가

    첫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고단한 이마를 짚고 일어서는

    희붐한 빛,

    저 철없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