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만해 축전 11~13일 강원도 백담사 만해마을
시·노래·축제가 버무려진 ‘축전 시인학교’ 행사 등
일반인 참가 행사도 다양

입력 : 200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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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겨레의 가슴에 자유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민족 자존의 의지, 문학과 종교의 지고한 가치를 일깨운 만해의 가르침이 세상에 다시 한 번 진리의 밝은 빛을 뿌린다. 11일부터 13일까지 강원도 백담사 만해마을(www.manhae.net )에서 열리는 2007 만해축전은 다양하고 뜻 깊은 행사들을 마련했다. 축전의 하이라이트인 만해대상 시상식(11회)과 한국 현대시 100주년 축제, 만해의 사상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각종 학술 심포지엄, 가족이나 개인 단위로 참가할 수 있는 다양한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 등이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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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전의 하이라이트는 만해대상 시상식
올해로 11회를 맞는 만해대상 시상식은 12일(일요일) 오후 2시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린다. 각 부문 10명의 후보자를 선정한 만해대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5월23일 최종 선정작업을 통해 6명의 대상 수상자를 확정했다. 엘 하지 오마르 봉고 온딤바(El Hadj Omar Bongo ondimba·평화부문) 가봉 공화국 대통령, 김남조 숙명여대 명예교수(문학부문), 유종호 예술원 문학분과회장(학술부문), 루이스 랭카스터(Lewis R Lancaster·전 버클리대 교수·포교부문), 네팔기자연맹(FNJ)과 이 연맹의 회장인 비쉬누 니스투리(Bishnu Nisthuri·실천부문), 서인혁 세계 국술원 총재(특별상)가 각각 상을 받는다.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은 1990년부터 다당제 민주헌법을 도입하고 공명선거를 통해 점진적인 민주화를 정착시킴으로써 정정이 불안정하고 쿠데타가 끊이지 않는 주변 국가들에 모범이 되고 있는 점을 인정 받았다. 또 앙골라와 자이레 분쟁의 조정역할을 하는 등 중앙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 평화를 유지하는 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한 점이 평가를 받았다.
김남조 시인은 1948년 등단한 이래 내면화된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절제와 조화의 미학을 추구하며 한국 현대시의 한 정점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복 이전 모윤숙과 노천명이 이끈 여성시의 전통을 오늘날 확고히 자리잡게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점도 인정됐다. 유종호 전 연세대 특임교수는 50년에 걸친 문학비평과 학문활동이 특정한 주의에 경도되지 않은 총체적 작품이해와 온건하면서도 미학적으로 섬세한 비평의 경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루이스 랭카스터 전 버클리대 교수는 1967년 버클리대학 불교학과 교수로 취임한 이후 고려대장경 서지목록을 영문으로 출판하고 후진양성을 통해 미국 내 한국불교 전문가를 양성한 인물이다. 특히 대장경의 영문 서지화 작업은 중국이나 일본 불교와 달리 독자적으로 발전해 온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네팔기자연맹과 비쉬누 니스투리 회장은 언론자유투쟁과 민주화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지난해 네팔 독재왕정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한 점이, 서인혁 국술원 총재는 1958년 부산에서 민족무술인 국술원을 창립한 이래 미국에 268개의 도장을 열어 한국 무술을 알리는 등 한국 무예의 세계화에 기여한 점이 각각 인정됐다.
- ◆시와 노래와 춤으로 즐기는 축전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축전 시인학교’는 여름철을 대표하는 최고의 문학강좌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시와 노래와 축제가 버무려진 문학잔치로 일반 참가자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코너다. 김남조·신달자·오세영·최동호·정진규·홍성란 시인과 문학평론가 방민호씨가 특강 강사로 나선다. 이언빈·김영욱·류재만·허림·김남극 시인과 소설가 김도연씨는 시인학교 입교생들과 함께 숲속을 거닐며 주먹밥을 먹고 대화도 나눈다. 참가자들을 위해 참선과 발우 공양, 다도 체험 등의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행사 첫날인 11일 오후 1시에는 만해마을에서 KBS전국 노래자랑이 개최되고, 청소년댄싱 경연대회가 같은 날 저녁 6시에 열린다. 12일 오후 8시에 열리는 대동제는 부부가수 정태춘과 박은옥이 출연해 흥을 돋운다. 대동제에 이어 오후 9시부터는 불꽃놀이가 마련되는 등 예년과는 확 달라진 흥겨운 축전이 될 전망이다.
◆놓칠 수 없는 세미나와 전시회들
13일 오전 9시30분부터 만해마을 대강당에서 개최되는 문학세미나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 동아시아 시의 역할’은 한국 현대시 100년과 한국시인협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시인협회(회장 오세영)가 기획한 특별 세미나다. 한국·중국·일본·몽골·베트남·미국·체코 등 7개국 시인들이 모여 동아시아 각국 시단의 흐름을 소개한다. ‘근대 중국시의 전개와 그 지향점’(중국 시인 예예삔), ‘현대 일본시와 미래의 전망’(일본 시인 사가와 아키), ‘이 시대 마지막 자유의 터전’(베트남 시인 응웬 쾅 티에우) 등의 주제 발표를 통해 각국 시단의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해의 시와 산문 소설을 붓글씨로 쓰는 ‘님의침묵 서예대전’이 11일부터 13일까지 만해마을에서 열린다. 이근배·이상범 시인 등이 직접 쓰거나 그린 작품을 출품하는 ‘만해 시서화전’은 12일 시작해 만해축전이 끝난 뒤인 15일까지 열린다.
한국현대시 100년기념, 시의 축제도

입력 : 2007.08.07 01:05 / 수정 : 2007.08.07 01:05
- 만해 한용운의 시혼(詩魂)과 사상을 기리는 2007 만해축전(萬海祝典)이 11~13일 강원도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린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 강원도, 인제군, 조선일보사가 1999년부터 매년 주최해 온 만해축전은 올해 9회를 맞아 만해 사상의 세계화를 지향한다.
만해축전을 주관해 온 백담사 회주 오현(五鉉) 스님은 “만해 사상은 근원적으로 생명사랑이며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평화사랑으로 이어진다”고 말하고, “종교와 이념의 갈등이 심한 오늘날 만해 사상을 우리 시대의 중심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올해 축전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동안 만해 대상은 목사와 신부(강원용 목사, 함세웅 신부)도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종교를 넘어선 만해 정신을 실천해왔지 않느냐”고 한 오현 스님은 “올해엔 정치적으로 불안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평화와 민주화에 기여한 외국인들이 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엘하지 오마르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은 중앙아프리카 분쟁 조정에 기여한 공로로 만해대상 평화부문 수상자로 선정됐고, 네팔기자연맹은 독재왕정을 무너뜨린 언론자유 투쟁의 공로로 실천부문 수상자가 됐다.
올해 만해축전은 ‘한국현대시 100년 기념 시의 축제’를 겸한다. 한국현대문학사에서 최초의 신시(新詩)로 꼽히는 육당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년)가 올해로 발표 100년째를 맞기 때문에 만해가 시집 ‘님의 침묵’을 집필한 백담사에서 한국현대시 100년 축제가 열린다. 만해학술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홍 경희대 국문과 교수는 “내년 한국현대시 100주년을 맞을 때 ‘한국시의 세계화’를 만해축전의 주제로 내걸기에 앞서 올해에는 그 전 단계로 ‘동아시아 시의 역할’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린다”고 말했다.
한국시인협회는 13일 만해마을 대강당에서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 동아시아 시문학의 역할’ 심포지엄을 갖는다. 이번 축전과 관련, ‘정교 분리 준수와 인권 실천을 위한 종교인의 과제’(7월 4일), ‘국제학술 세미나―금욕과 깨달음’(8월 2~3일), ‘근대 고승의 깨달음과 사회화’(8월 8일) 같은 학술회의를 함께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