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빈 손의 기억

달그리매 2007. 8. 12. 22:51

    빈 손의 기억 

     

                                                  강인한  

     

     

     

    내가 가만히 손에 집어든 이 돌을
    낳은 것은 강물이었으리
    둥글고 납작한 이 돌에서 어떤 마음이 읽힌다
    견고한 어둠 속에서 파닥거리는
    알 수 없는 비상의 힘을 나는 느낀다
    내 손 안에서 숨쉬는 알
    둥우리에서 막 꺼낸 피 묻은 달걀처럼
    이 속에서 눈뜨는 보석 같은 빛과 팽팽한 힘이
    내 혈관을 타고 심장에 전해온다
    왼팔을 창처럼 길게 뻗어 건너편 언덕을 향하고
    오른손을 잠시 굽혔다가
    힘껏 내쏘면
    수면은 가볍게 돌을 튕기고 튕기고 또 튕긴다
    보라, 흐르는 물 위에 번개치듯
    꽃이 핀다, 핀다, 핀다
    돌에 입술을 대는 강물이여
    차갑고 짧은 입맞춤
    수정으로 피는 허무의 꽃송이여
    내 손에서 날아간 돌의 의지가
    피워내는 저 아름다운 물의 언어를
    나는 알지 못한다
    빈 손아귀에 잠시 머물렀던 돌을 기억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