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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손의 기억
강인한
내가 가만히 손에 집어든 이 돌을 낳은 것은 강물이었으리 둥글고 납작한 이 돌에서 어떤 마음이 읽힌다 견고한 어둠 속에서 파닥거리는 알 수 없는 비상의 힘을 나는 느낀다 내 손 안에서 숨쉬는 알 둥우리에서 막 꺼낸 피 묻은 달걀처럼 이 속에서 눈뜨는 보석 같은 빛과 팽팽한 힘이 내 혈관을 타고 심장에 전해온다 왼팔을 창처럼 길게 뻗어 건너편 언덕을 향하고 오른손을 잠시 굽혔다가 힘껏 내쏘면 수면은 가볍게 돌을 튕기고 튕기고 또 튕긴다 보라, 흐르는 물 위에 번개치듯 꽃이 핀다, 핀다, 핀다 돌에 입술을 대는 강물이여 차갑고 짧은 입맞춤 수정으로 피는 허무의 꽃송이여 내 손에서 날아간 돌의 의지가 피워내는 저 아름다운 물의 언어를 나는 알지 못한다 빈 손아귀에 잠시 머물렀던 돌을 기억할 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