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책상
달그리매
2007. 9. 30. 13:43
책상
이 기 철
이 갈색의 평상은 본래 푸른 나무였다
그의 어깨에 꼬리 긴 새가 앉아 저물도록 하늘을 조망할 때도 있었다
누구의 톱날에 배어져 누구의 대패에 깎여 푸르던 숨이 마른 평반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책상에 앉는 것은 오래된 습관, 한때는 물방울 같은 꿈을 웬디 워홀처럼 추상한 적도 있었다
모자이크 전문가라면 나는 꿈의 조각들을 짓이겨 모자를 쓰고 구름에게 인사를 건네는 낭인이 되었을 것이다
언어에다 향수를 치고 말에다 순도 높은 이슬을 부어주는 언어의 사육사가 나의 꿈이기도 하지만 가끔 한발의 행간을 낙타를 타고 횡단하는 대상이기를 바라기도 했다
아직도 평반에 앉아 언어를 정조식하는 것이 나의 희원이지만 걸개그림처럼 둥근 우주의 광목을 끌어당겨 천왕성 아래 에리다누스별에게 동화를 구연시키는 일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즐거움이다
이 일을 천상에서는 아무도 할 수가 없다 저녁연기가 끊겨도 아직 땅 위에 사람이 산다는 믿음은 책상에 앉아 억 년을 꿈꾸는 몽상가의 몫
한 문장은 책상처럼 죽음을 넘어 다시 살아난 나무일 때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