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종이호랑이

달그리매 2007. 10. 12. 16:37

       

        종이호랑이

        --박지웅




        오래 누워 자꾸 얇아지더니 아비는 종이호랑이가 되었다. 찢
      으면 찢기고 접으면 접히는 종잇조각이 되었다. 콧속으로 호스
      를 밀어 넣을 때 물고기처럼 퍼덕거리던 당신, 홍대 지하철 통
      로에 걸린 호랑이 민화처럼 하루 종일 입을 벌리고 있었다. 긁
      어내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당신의 입이 걸려 있는, 지하철역
      통로에서 나는 종이가 된 당신의 입을 만져보았다.  오늘은 또
      발이 죽었다 한다.  당신이 당신을  하나씩 보내는 동안,  나는
      지하 골방에서 접었다 폈다 당신을 추억하였다,  나는 멀리 서
      울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