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청도 지나며

달그리매 2006. 7. 15. 14:49
				
청도 지나며

                                  이기철
이만큼서 그치기로 한다
여기까지 온 물이 
이제 어디로 갈까 숙고하는 청도에서
낙과처럼 이제 그만 혼자 내리기로 한다
내 발은 백 켤레의 신발을 길 위에 버리면서
너무 많이 걸었거나
너무 멀리 와버렸다
산들은 모두 높낮이를 달고
나무들은 경사에서도 평화롭다
모든 기다림에 나는 익숙해 있다
세상은 낯익어 들판 끝에 단추꽃이 돋고
그것마저 새로움이 아닐 때
잎들은 땅으로 진다
누워 있다고 논들이 다 무사하겠느냐
새 이름 몰라 그저 무명새라 쓴다
모든 저자가 문을 닫고 완행들이 사라져가도
청도는 물과 함께 남는다
울며 나는 새들을 노래한다고 고쳐 써도
새들은 즐거워하지 않는다
어둠에 익숙한 나무는 또
얼마나 많은 말들을 감추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