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직선 위에서 떨다

달그리매 2006. 8. 3. 10:56

직선 위에서 떨다

 

                        이영광

 

 

고운사 가는 길

산철쭉 만발한 벼랑 끝에

외나무다리 하나 건너간다

수정할 수 없는

직선이다

 

너무 단호하여 나를 꿰뚫었던 길

이 먼 곳까지

꼿꼿이 물러나와

물 불어 계곡 험한 날

더 먼 곳으로 사람을 건네주고 있다

잡목 숲에 긁힌 한 인생을

엎드려 받아주고 있다

 

문득, 발 밑의 격랑을 보면

두려움 없는 삶도

스스로 떨지 않는 직선도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이 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나갔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