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달그리매 2006. 8. 10. 16:50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 이기철





    햇빛과 그늘 사이로 오늘 하루도 지나왔다

    일찍 저무는 날일수록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손 헤도 별은 내려오지 않고

    언덕을 넘어가지 못하는 나무들만 내 곁에 서 있다



    가꾼 삶이 진흙이 되기에는

    저녁놀이 너무 아름답다

    매만져 고통이 반짝이는 날은

    손수건만한 꿈을 헹구어 햇빛에 널고

    덕석 편 자리만큼 희망도 펴놓는다



    바람 부는 날은 내 하루도 숨가빠

    꿈 혼자 나부끼는 이 쓸쓸함

    풀뿌리가 다칠까 봐 흙도 골라 딛는

    이 고요함



    어느 날 내 눈물 따뜻해지는 날 오면

    나는 내 일생 써온 말씨로 편지를 쓰고

    이름 부르면 어디든 그 자리에 서서 나를 기다릴 사람

    만나러 가리라



    써도써도 미진한 시처럼

    가도가도 닿지 못한 햇볕 같은 그리움

    풀잎만이 꿈의 빛깔임을 깨닫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