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마다 전생이 묻어있다
세월에 용서 비는 일 쉽지 않음을
한 그릇 더운 밥 앞에서 깨닫는다
어제는 모두 남루와 회한의 빛깔이다
저무는 것들은 다 제 속에
눈물 한 방울씩 감추고 있다
저녁이 끌고 오는 것이 어찌 어둠뿐이랴
내 용서받고 살아야 할 죄의 목록들
내일 다시 걸어야 할 낯선 초행길들
생은 사는 게 아니라 아파하는 것이다
너는 몇 켤레의 신발을 버리며
예까지 왔느냐
나무들은 인간처럼 20세기의 오류를 범하진 않을 것이다
늦었지만 그것이 내 믿음이요 신앙이다
나는 내 믿음이 틀렸더라도 끝내 수정하지 않으리라
쌀 안치는 손의 거룩함을 알기 전에는
이런 말도 함부로 써서는 안 되리라
생을 업고 일을 업고 가기 위해선
이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종교를
내 것으로 하기 위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