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산 도적을 찾아서

달그리매 2006. 7. 18. 16:05

산 도적을 찾아서 / 신 달자

 

 

시름시름 앓는 나를 보고

문 정희 시인이

신 선생 약은 딱 하나

산 도적 같은 놈이

확 덮쳐 안아주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 그것 좋지

나는 산 도적을 찾아

내일은 광화문을 압구정동을

눈웃음을 치며 어슬렁거려 봐야지

그러나 문 시인

높은 빌딩의 엘리베이터나

지하실에서 만나는

기린 목의 얼굴 하얀 사내들 속에

산 도적이 남아 있는지 몰라

집단속은 꼼꼼히 챙기고

밖에서는 아무도 몰래

어쩌구저쩌구하고 싶은

속 다르고 겉 다른 남자들 속에

그래도 어딘가 산 도적이 숨어 있을까

새 천년의 밀림 속에

야성의 으르렁거리는 불빛을 켜고

주저앉으려는 내 몸을 번쩍 들고

이 시대의 강을 건너고

이 시대의 태산을 화살처럼

오르는 산 도적을

어디서 만날지 나는 몰라

지나가는 부자들의 주머니를 털거나

자신의 단추 하나 뜯어

내 곳간을 채워주지는 않더라도

우직하고 강직한 진실 하나는

피보다 붉은 몸도 마음도

힘이 쎈 산 도적 어디 있을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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