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도적을 찾아서 / 신 달자
시름시름 앓는 나를 보고
문 정희 시인이
신 선생 약은 딱 하나
산 도적 같은 놈이
확 덮쳐 안아주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 그것 좋지
나는 산 도적을 찾아
내일은 광화문을 압구정동을
눈웃음을 치며 어슬렁거려 봐야지
그러나 문 시인
높은 빌딩의 엘리베이터나
지하실에서 만나는
기린 목의 얼굴 하얀 사내들 속에
산 도적이 남아 있는지 몰라
집단속은 꼼꼼히 챙기고
밖에서는 아무도 몰래
어쩌구저쩌구하고 싶은
속 다르고 겉 다른 남자들 속에
그래도 어딘가 산 도적이 숨어 있을까
새 천년의 밀림 속에
야성의 으르렁거리는 불빛을 켜고
주저앉으려는 내 몸을 번쩍 들고
이 시대의 강을 건너고
이 시대의 태산을 화살처럼
오르는 산 도적을
어디서 만날지 나는 몰라
지나가는 부자들의 주머니를 털거나
자신의 단추 하나 뜯어
내 곳간을 채워주지는 않더라도
우직하고 강직한 진실 하나는
피보다 붉은 몸도 마음도
힘이 쎈 산 도적 어디 있을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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