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이 더위

달그리매 2006. 8. 4. 10:55

    이 더위 / 장옥관



    올 더위가 십 년 만에 찾아온 거라고 한다.
    이 더위, 십 년 전에 만난 적이 있었던가 기억이 통 없다
    십 년 동안 딴살림이라도 차렸더란 말인가

    늙고 병들어 찾아든 아버지,

    무슨 낯짝에 버럭버럭 화만 내는 아버지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섭씨 39도
    증오하는 만큼 더위는 더 기승을 부린다

    점짓 허세 부리지만
    기실 더위만큼 불쌍한 것도 더 없다
    아무도 그 곁에 가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더위가 들어오지 못하게

    에어컨 켠 방문 꽁꽁 닫고 지내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더위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손가락 끈적끈적 달라붙는 폭염에

    털실 뭉치 같은 강아지 안고 다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언제 어디든 틈만있으면 달려들어

    안기려는 게 사랑이라는 것을,

    십 년 만에 찾아온 이 더위,

    실은 달포 전까지 솜털 보송한 애송이였다.
    달포 지나고 다시 달포 지나고 나면
    당신은 문득 발견 할 수 있으리라
    방충망 틈에 끼여 파르르 떨다 사라져간

    그것의 작은 뒷다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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