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서정(秋日抒情)
김광균(金光均 )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페(紙 幣 )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시(市)의 가을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 줄기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瀑布)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벽 두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
포푸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를 드러낸 채
한 가닥 꾸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세로팡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항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 장막 저 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