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문의마을에 가서

달그리매 2007. 8. 8. 15:20
    -문의마을에 가서/고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달고
    길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벋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 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 문의:충북 청원군의 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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