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헌화가

달그리매 2007. 8. 9. 17:42

      헌화가

       

                                 이 인 주

       

       


      천 길 아스라이 흔들리는
      저 꽃이 위태롭습니다
      절벽과 허공의 경계에 사로잡힌
      꽃은 이미 그대 눈길이어서
      잠시 스친 바람을 맛본
      나의 심안을 탓하지 마소서
      천 길 벼랑같은
      그대와 나 사이의 간극을 허물고
      일시에 번져오는 한 점 꽃으로
      내 마음을 물들이는 것은
      오래 오래 그려온 홍장의 향기가
      거기에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꺾으면 사라질 어여쁨일지라도
      가던 길 멈추고 손의 고삐를 놓는 까닭은
      그대의 순간이 나의 영원에 닿아있는
      호흡의 멱을 훔치기 위함입니다
      무르팍 패이는 달디단 아픔이
      생애의 늦물로 터지는
      아아, 노욕이 어찌 이리 열렬한 탐욕인지요
      절벽과 허공의 경계에 핀
      유혹의 眞如를
      붉게 붉게 꺾어 바치는
      내 마음의 水路를 탓하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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