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화가
이 인 주
천 길 아스라이 흔들리는
저 꽃이 위태롭습니다
절벽과 허공의 경계에 사로잡힌
꽃은 이미 그대 눈길이어서
잠시 스친 바람을 맛본
나의 심안을 탓하지 마소서
천 길 벼랑같은
그대와 나 사이의 간극을 허물고
일시에 번져오는 한 점 꽃으로
내 마음을 물들이는 것은
오래 오래 그려온 홍장의 향기가
거기에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꺾으면 사라질 어여쁨일지라도
가던 길 멈추고 손의 고삐를 놓는 까닭은
그대의 순간이 나의 영원에 닿아있는
호흡의 멱을 훔치기 위함입니다
무르팍 패이는 달디단 아픔이
생애의 늦물로 터지는
아아, 노욕이 어찌 이리 열렬한 탐욕인지요
절벽과 허공의 경계에 핀
유혹의 眞如를
붉게 붉게 꺾어 바치는
내 마음의 水路를 탓하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