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소가지가 못되야

달그리매 2007. 8. 9. 17:43

       소가지가 못되야 

       

                                      이 인 주

       

       

       

      소가지가 못되야 감칠맛나는 시를

      쓸 수 있다는 어느 시인의 시가

      노가리의 뼈처럼 몸속 내장 부딪치며 아려오는 저녁

      빗줄기 거세어지는 포장마차에서

      곱씹는다 도대체 물컹하기 짝이 없는

      나는 어떤 삶을 산단 말이냐

      메스같은 빗줄기가 천막을 긋고 간다

      내 마음은 지금 흐르는 빗물을 온전히 가두지 못해

      그저 숭숭 구멍 뚫린 못둑의

      예견할 수 없는 물줄기 따라가고 있다

      아무거나 놓아주면서 헤프게 웃으면서

      변심한 애인에게 속 없는 년이라 되레

      따귀를 얻어맞으며 세상이 원래 그런 거라고

      자위하는 나를 대신해 느척느척

      알아서 돌아눕는 곰장어가 괜한 슬픔을 굽는다

      나도 살모사와 똑같이 어미 배를 찢고 나왔는데

      왜 촌철살인할 독기는 배우지 못했을까

      그 환한 자궁의 살을 물고 늘어져

      나의 양식이 되고 필사의 힘이 되는 그것을

      바닥까지 핥아먹지 못했을까

      내 핏속에서 알알이 빛으로 환원되는

      어떤 오금을 치떨리도록 일깨워

      정신의 극점까지 달군다는 건

      얼마나 전율할 아름다움이냐!

      소가지가 못되야 감칠맛나는 시를 쓰지

      물컹물컹한 내 마음의 음부 속에도

      용광로 쇳물처럼 일어서는 음경이 있어야 하지

      그런 깡아리가 황홀한 너를 낳지

      비는 다시 오지 않을 반성처럼 내리고

      모서리가 없어 깨어지지 않는 어둠이

      습자지같은 내 마음을 아무렇게나 주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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