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지가 못되야
이 인 주
소가지가 못되야 감칠맛나는 시를
쓸 수 있다는 어느 시인의 시가
노가리의 뼈처럼 몸속 내장 부딪치며 아려오는 저녁
빗줄기 거세어지는 포장마차에서
곱씹는다 도대체 물컹하기 짝이 없는
나는 어떤 삶을 산단 말이냐
메스같은 빗줄기가 천막을 긋고 간다
내 마음은 지금 흐르는 빗물을 온전히 가두지 못해
그저 숭숭 구멍 뚫린 못둑의
예견할 수 없는 물줄기 따라가고 있다
아무거나 놓아주면서 헤프게 웃으면서
변심한 애인에게 속 없는 년이라 되레
따귀를 얻어맞으며 세상이 원래 그런 거라고
자위하는 나를 대신해 느척느척
알아서 돌아눕는 곰장어가 괜한 슬픔을 굽는다
나도 살모사와 똑같이 어미 배를 찢고 나왔는데
왜 촌철살인할 독기는 배우지 못했을까
그 환한 자궁의 살을 물고 늘어져
나의 양식이 되고 필사의 힘이 되는 그것을
바닥까지 핥아먹지 못했을까
내 핏속에서 알알이 빛으로 환원되는
어떤 오금을 치떨리도록 일깨워
정신의 극점까지 달군다는 건
얼마나 전율할 아름다움이냐!
소가지가 못되야 감칠맛나는 시를 쓰지
물컹물컹한 내 마음의 음부 속에도
용광로 쇳물처럼 일어서는 음경이 있어야 하지
그런 깡아리가 황홀한 너를 낳지
비는 다시 오지 않을 반성처럼 내리고
모서리가 없어 깨어지지 않는 어둠이
습자지같은 내 마음을 아무렇게나 주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