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젓가락의 목덜미는 길고 희다 / 이정록
자장면 빈 그릇에
신문지가 덮여있다
밀려난 것끼리는 궁합이 잘 맞는다
세상의 무게가 궁금한가
눈발을 치고 온 똥개 한 마리가
신문지 한 가운데를 혀로 녹인다
한나절 만에 밖을 내다보는 나무젓가락
빈 그릇이나 신문지 모두
차갑게 식은 찌꺼기뿐임을
겨울바람이 건성으로 들추고 있다
혀를 늘여 면발을 끌어 올리는 개
이 순간 개새끼란 욕은 있을 수 없다
신문지 안으로 들어갔던 찬바람이
개의 목젖을 타고 넘는다, 면발 몇 가닥이
곱은 손가락을 녹이리라
에고 추워라 문이 뜯겨나간
짠한 방 한 칸이 눈송이를 받아 먹는다
더 이상 갈 데가 없음으로
오로지 내다 볼 뿐인 나무 젓가락
긴 목을 어루만지며 눈발들이 주춤거린다
신문지에 달라붙은 개털들
나무젓가락 긴 목덜미에도
부르르 솜털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