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나무젓가락의 목덜미는 길고 희다

달그리매 2006. 7. 16. 02:25

 

나무 젓가락의 목덜미는 길고 희다 / 이정록

 

 

자장면 빈 그릇에

신문지가 덮여있다

밀려난 것끼리는 궁합이 잘 맞는다

세상의 무게가 궁금한가

눈발을 치고 온 똥개 한 마리가

신문지 한 가운데를 혀로 녹인다

한나절 만에 밖을 내다보는 나무젓가락

빈 그릇이나 신문지 모두

차갑게 식은 찌꺼기뿐임을

겨울바람이 건성으로 들추고 있다

혀를 늘여 면발을 끌어 올리는 개

이 순간 개새끼란 욕은 있을 수 없다

신문지 안으로 들어갔던 찬바람이

개의 목젖을 타고 넘는다, 면발 몇 가닥이

곱은 손가락을 녹이리라

에고 추워라 문이 뜯겨나간

짠한 방 한 칸이 눈송이를 받아 먹는다

더 이상 갈 데가 없음으로

오로지 내다 볼 뿐인 나무 젓가락

긴 목을 어루만지며 눈발들이 주춤거린다

신문지에 달라붙은 개털들

나무젓가락 긴 목덜미에도

부르르 솜털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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