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마경덕
심벌이 불거진 근육질 남자, 브래지어 팬티 한 장 걸친 미끈한 여자,
버젓이 대로변에
서있는 목 잘린 속옷가게 마네킹들
죄짓고 싶었네 뻔뻔하고 싶었네 많은 사람에게 면목 없고 싶었네
저런, 쳐 죽일,
배터지게 욕먹고 싶었네
목 위에 얼굴만 달리지 않았다면
기왕이면 여러 개의 목을 갖고 싶었네 꽁꽁 머리통 숨겨두고
일회용
목으로 바꿔 달고 싶었네 재빠른 자라목이 되고 싶었네
왜 내 목은 하나 일까
건드리면 툭, 부러지는 한심한
목 위엔 얼굴이 있고
얼굴에는 마경덕이라는 이름이 있네
걸핏하면 짐승 발톱이 돋네 제발 나이값 좀 하라고 엄마는 말하네
나 아직, 사람이 되지 못했네
- 계간《시작》 2004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