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달그리매 2006. 7. 16. 20:18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기철

 

 

 

 

내 걸어온 길 되돌아보며
나로 하여 슬퍼진 사람에게 사죄합니다
내 밟고 온 길,
내 발에 밟힌 풀벌레에게 사죄합니다
내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이
내 길 건너며 무표정했던 이웃들에 사죄합니다
내 작은 앎 크게 전하지 못한 교실에,
내 짧은 지식, 신념 없는 말로 강요한 학생들에
사죄합니다
또 내일을 맞기 위해선
초원의 소와 순한 닭을 먹어야 하고
들판의 배추와 상추를 먹어야 합니다

내 한 포기 꽃나무를 심지 않고
풀꽃의 아름다움만 탐한 일 사죄합니다
저 많은 햇빛 공으로 쏘이면서도
그 햇빛에 고마워하지 않았던 일 사죄합니다
살면서, 사죄하면서, 사랑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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