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빚쟁이 인생

달그리매 2006. 7. 22. 00:11
“돈벌어서 갚지 뭐”…‘마이너스 사회초년생’ 급증
[문화일보 2006-07-21 15:08]

(::취업 하자마자 대출부터… 무분별 소비행태 ‘빨간불’::)

 

사회 출발부터 ‘마이너스’ 인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20·30대 사회 초년생들이 직장인 신용 담보의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아 지불능력을 넘어서는 무분별한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취업 1~2년차인 이들은 약정 기한내에 마이너스 통장 빚을 갚지 못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청년 신용불량자 양산이 우려되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일단 만들고 본다”

 

올해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기 시작한 이모(여·25)씨는 지난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사회 초년병치고는 적지 않은 200만원의 월급을 받지만, 여름휴가 때 해외여행 경비를 충당하기는 힘들다 는 생각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기로 한 것.

이씨는 “시중은행을 찾아 의사면허증을 제시하자마자 손쉽게 6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 있었다”면서 “나중에 벌어서 갚으면 되니까, 젊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입사 2년차 회사원 김모(여·27)씨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500만원을 대출받아 ‘유흥비’로 사용했다. 그는 “신용카드는 매달 사용액을 갚지 않으면 신용도에 문제가 생겨 신경이 쓰인다”며 “ 마이너스 통장은 부채 상환 약정기간을 스스로 정한 뒤 기한 내에 갚거나 상환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는데다, 이자도 싸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이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계좌는 지난해 12월과 비교해서도 약 1만4000계좌가 늘어난 67만3463계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마이너스 통 장 전체 대출금액도 1조4321억원에서 1조9448억원으로 무려 5127 억원이나 많아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취업 1~2년차에 벌써 ‘고액 부채자’ 신세로 전락한 경우도 적지 않다. 2년차 직장인 문모(33)씨는 올해 초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벌써 4000만원을 사용했다.

그는 “마이너스 통장은 편하게 대출받을 수 있는 데다, 상환 기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돈을 갚아야 한다’ 는 생각까지 무뎌졌다”면서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더라”고 토로했다.

최모(26)씨도 이따금씩 사용한 마이너스 통장 액수가 벌써 50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최씨는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비용이 모자랄 때마다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했는데 이젠 빚을 내서 쓰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빚쟁이’ 안 되려면 소비행태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통장의 편리함에 빠져 자칫 방심하다가는 나중에 큰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약한도금액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이 최근 급여 소득이 일정치 못한 20·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하지만, 부채상환이 자유로워 방심하다가 기한내에 마이너스 통장 빚을 다 갚지 못하고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연세대 김정식(경제학) 교수는 “사회 초년생들이 과도한 소비성 향에 젖어,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미래소득을 당겨 쓰는 것 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는 데다 청년실업과 맞물려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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