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地上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달그리매 2006. 8. 4. 10:39

    地上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1

     

    이기철

     

     

     

    어떤 노래를 부르면 내 한 번도 바라보지 못한
    짐승들이 즐거워질까
    어떤 노래를 부르면 내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도, 까치도 즐거워질까
    급히 달려와 내 등 뒤에 連坐한 시간들과
    노동으로 부은 소의 발등을 위해
    이 세상 가장 청정한 언어를 빌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날(日)을 노래하고 싶다
    나이 들기 전에 늙어버린 단풍잎들은 내 가슴팍을 한 번 때리고
    곧 땅 속으로 묻힌다
    죽기 전에 나무둥치를 감고 타오르는 저녁놀은
    지상의 죽음이 저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가르치는 걸까
    살이 연한 능금과 배들은 태어나 첫 번째 베어무는
    어린 아이의 갓 돋은 치아의 기쁨을 위해 제 살을 바치고
    군집으로 몰려오는 어둠은 제 깊은 속에다
    아직 밤길에 서툰 새끼 짐승들을 위해
    군데군데 별들을 박아놓았다

    우리가 아무리 높이 올라도
    검은 새가 나는 하늘을 밟을 수는 없고
    우리가 아무리 정밀을 향해 손짓해도
    정적으로 날아간 흰 나비의 길을
    걸을 수는 없다
    햇빛을 몰아내는 밤은 늘 기슭에서부터 몰려와
    대지의 중심을 덮고
    고갈되기 전에 바다에 닿아야 하는 물들은
    쉬지 않고 하류로 내려간다
    病들도 친숙해지면 우리의 외로움 덮어주는
    이불이 된다
    산과 들판에 집 없이도 잠드는 목숨을 위해
    거칠고 무딘 것들을 달래는 것이
    지혜의 첫 걸음이다
    달콤하지 않아도 된다, 내 부르는 노래가
    발 시린 짐승의 무릎을 덮는 짚이기만 하다면,
    향기롭지 않아도 된다, 내 부르는 노래가
    이슬 한 방울에도 온몸이 젖는 풀벌레의 날개를 가릴 수 있는
    둥글고 넓은  나뭇잎이기만 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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