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이력서

달그리매 2006. 8. 12. 21:50

     

     

    이력서


                           이연분

     


    어디로 갔을까

    태어나 자라고 생활하던 길

    연이어 줄줄이 이어오다가

    어느 순간 멈춰 버린 나의 길,

    한 남자의 여자로 살아가면서

    나는 걷던 길을 잃어버렸구나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걷고 있는 것조차 잊고 살았구나

    적을 것 없는 이력서 위에

    남편의 경력이라도 써야 할까

    아니면 누구의 아내로

    강산이 바뀔 동안 살았노라고

    그것도 아니면 누구의 엄마로

    아무 탈 없이 살아가는 중이라고

    그런 말이라도 써야 될까

    끊어진 길처럼 아득한 시간,

    그 위에 멈춰진 나의 노래여

    그 위에 남겨진 나의 이름이여

'별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0) 2006.09.14
정오의 순례  (0) 2006.09.09
그대 이름을 노을 속에 묻고  (0) 2006.08.12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0) 2006.08.10
세상 읽기  (0) 200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