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이연분
어디로 갔을까
태어나 자라고 생활하던 길
연이어 줄줄이 이어오다가
어느 순간 멈춰 버린 나의 길,
한 남자의 여자로 살아가면서
나는 걷던 길을 잃어버렸구나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걷고 있는 것조차 잊고 살았구나
적을 것 없는 이력서 위에
남편의 경력이라도 써야 할까
아니면 누구의 아내로
강산이 바뀔 동안 살았노라고
그것도 아니면 누구의 엄마로
아무 탈 없이 살아가는 중이라고
그런 말이라도 써야 될까
끊어진 길처럼 아득한 시간,
그 위에 멈춰진 나의 노래여
그 위에 남겨진 나의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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