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위험한 거래

달그리매 2007. 8. 12. 23:14

    위험한 거래 / 정하해

     

     

    감나무 아래 칠월 싸늘하다

    날아오른 가지마다 하늘 묻어있고

    잎들은 나를 저미는데

    푸른 피가 흐르는 건 껍질 들이다

    그가 나를 업는다 키를 함께한 생감들

    한생을 빠져나온 듯 고요하다

    땡감처럼 더딘 내 꼭지 욱신거린다

    제대로 무르는 것보다 오그라드는 일

    언제나 먼저였어 그것이 궁금해

    여름의 솔기 다 뜯어버릴 때 있었지

    누가 발라먹는 지 그걸 밝혀낼 수 있다면

    저것의 애첩으로 들어가 살아보는 것

    밑지는 거래는 아닐 것 같은데

    감의 씨앗처럼 다른 몸 하나 받을 수 있음

    한세월 다시 익어보는 것이고,

    그가 심하게 요동 친다

    발 아래 떨어지는 숱한 내가 터진다

     

     

     

    詩作노트

    무지 더운 날 내가 자꾸 짓무른다 허공에 즐비한 생감들 살아있는 무덤 같아 감나무의 내세를

    열어본 것이 탈이었다 기어이 내가 곪아버리고 칠월은 그렇게 저들을 데리고 질러갔다

     

    2004, 시안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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