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책속에 저물다

달그리매 2007. 8. 13. 11:28
              정하해 시-"책속에 저물다"


     

    책속에 저물다




    정 하 해

    쉽게 범하지 말라는 뜻인가
    깜장돌 속에서 자꾸 길을 놓친다
    밖은 밀어닥친 태양으로 붉은 해일 천지간

    일면식도 없는 나를 관찰하는 저들의 밀교
    나프탈린 냄새처럼 집적거린다

    정분 나누고 싶어하는 저것의 혀 잘근잘근 씹는다
    그를 벗길수록 나는 누런 식욕을 느끼는데
    한때 울렁거리게 했던 그 열애의 능선은 어디,
    만신창이 몸 하나쯤 별 것 아닌 이곳
    한 발짝도 옮길 수 없는 나는 여전히 불임중

    너를 만나는 오늘도 캄캄한 형용사이다
    네 심장에서 그저 그렇게 놀았던 방자한 삶이
    실성이나 하지 말았으면 먼지들 거꾸로 선다
    무작정 앉은 행간 방부제를 삼킨다

    벌써 해 떨어지고 너덜하게 접힌 채 말라버린 나를
    또 누군가 발견하는 날에는

    + + + + + + + + + + + +

     


    ㅁ시안으로 등단.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창과
    ㅁ맥심문학회 대구지회장.
    ㅁ「2000년대 시인회의」상임위원.

    ㅁ시사랑사람들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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