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낭송 김혜숙

달그리매 2007. 8. 12. 23:19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詩/ 이기철 낭송/김혜숙 내 몸은 낡은 의자처럼 주저앉아 기다렸다 병은 연인처럼 와서 적처럼 깃든다 그리움에 발 담그면 병이 된다는 것을 일찍 안 사람은 현명하다 나, 아직도 사람 그리운 병 낫지 않아 낯선 골목 헤맬 때 등신아 등신아 어깨 때리는 바람 소리 귓가에 들린다 별 돋아도 가슴 뛰지 않을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꽃잎 지고 나서 옷깃에 매달아 둘 이름 하나 있다면 아픈 날들 지나 아프지 않은 날로 가자 없던 풀들이 새로 돋고 안보이던 꽃들이 세상을 채운다 아,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삶보다는 훨씬 푸르고 생생한 생 그러나 지상의 모든 것은 한 번은 생을 떠난다 저 지붕들, 얼마나 하늘로 올라가고 싶었을까 이 흙먼지 밟고 짐승들, 병아리들 다 떠날 때까지 병을 사랑하자, 병이 생이다 그 병조차 떠나고 나면, 우리 무엇으로 밥 먹고 무엇으로 그리워할 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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