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활
손진은
고향집 잿더미 옆
담 구멍이 숭숭 뚫린 변소
내 발 밑에서 그들은 올라오고 있었다
발효 단지의 비탈을 한놈이 떨어지면
다음 놈이 기어오르는 저 끔찍한 집요함에
제법 느긋이 신문을 보는 내 한 눈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저 뻘가의 자식들은
냄새가 무언지도 모른다
더욱 제가 옮긴다는 더러운 병명(病名)도
하지만 기를 쓰고 떼를 지어
위로 행진하며 꼬물거리는 놈들,
단지의 급경사면에 다닥다닥 붙어
오동통한 가슴과 뱃가죽으로
제각각 출렁거리는 몸놀림은 천의 강물 같다
아니다 그것은 비유의 대상이 아니다
비유가 떠오르기 전에도 그들은 이미
꿈틀거리고 있었다 기어다가 떨어지고 다시 올라오는
꿈틀거림이 주름 많은 몸에 금을 만든다
마침내 그들은 제 무덤 뚫고
젖은 날개를 턴다
항공학교를 다니지도 않은 것들이
기압도 모르는 것들이 빙글빙글 돌며
햇살이며 공기 바람과도 금세 친해진다
제법 연한 그늘도 흩뿌리면서
우화하지 못하는 나는 배알이 틀려
아직도 놈들이 더럽다는 인식의 배 밑에 약간은 깔려
뾰루퉁해진 입으로 이 글을 쓴다
사실 처음 그곳에 앉았을 때
내 시는 아래 행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놈들은 시지푸스를 연상시킨다
「열린시학」 2004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