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다시 홍류동에 혼자

달그리매 2006. 7. 16. 19:18
다시 홍류동에 혼자


                                   이기철




사랑했던 날들아 다 떠나라
솔방울 떨어져 발등 때리는 이 가을 날
섬 머슴 메투리 같은 흙가슴으로
와락 끌어안고 싶은 골 하나 있어
나 여기 왔다

봄꽃 붉어 홍류동이냐
단풍 붉어 홍류동이냐
멧새 부리로 햇살 날라
대웅전 절 한 채가 모두 寂光이다

꽃피운 발원들 다 떠나보내고
네 이름 스무살 적 애인 같아
수정 무릎 아래
조약돌로 눌러 앉고 싶어
나 여기 왔다




*『시와시학』200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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