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를 쓰는 저녁 이기철 염원은 꽃이 되어 피어나지 않는다 길가에 핀 초롱꽃의 갈망을 읽을 수 있기까지에는 내 마음의 녹을 백 번 은빛 칼로 닦아내야 한다 내 곁의 나무도 풀도 쉰 번 옷 갈아입은 세월 이제는 내 삶을 은유로 노래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새들의 지저귐이 살이 되어 마음의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간다 참회하라, 나는 이 세상을 위해 기도하지 않았고 나와 내 아내와 자식을 위해 기도했다 살아 있는 날의 무거운 짐이 집과 쌀의 안식이라면 한 칸 방 한 통의 쌀이 내 잠을 편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지폐를 향해 드리는 경배를 서슬 푸른 날로 베어낼 수 없음이 슬픔이다 시라는 이름으로 씌어지는 이 색동의 마음 조각에도 안식은 끝내 나를 덮어주지 않는다 열흘을 고심한 내 말 한마디 흰 종이 위에 옮겨놓을 때 푸른 물은 바다에서 출렁거리지 않고 잠들지 않는 내 마음 안에서 파도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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