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세월의 채찍

달그리매 2006. 7. 27. 18:24

 
 세월의 채찍
              이기철

용서하게,

나 시가 좋아 시 속에 들어왔다가

시에 붙들려 한 생 발길 돌리지 못한 세월이었네

아침햇빛처럼 새롭게 살고 싶었지만

저녁연기처럼 흐리기만 한 시간이었네

나뭇잎은 언제나 떨어질 것을 예비한 채 피어나고

물은 제 닿을 곳을 미리 알고 흘러간다

돌이켜 보지 말라. 흘러간 어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넝쿨처럼 얽혀서 살아온 날들에

후회의 푯말을 꽂아서는 안된다

내가 지나온 길, 내 앉았던 자리가

결코 넝마더미가 되어서는 안된다

사랑도 연서도 내가 껴안았던 한묶음 증오마저도.

시간은 너무 빨리 삶을 시듦에 헌납한다

지금 아름다운 사람은 기억의 선반 위에

어제를 갈무리할 줄 아는 사람이다

돌이켜보면 천둥의 계절은 아름다웠다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수백 수천의 세월의 채찍을

중인환시의 광야에 나가 맞고 싶다

                                               

(현대시. 3월호) 

 

   

그리운 마음 - 이기철 詩, 김동환 曲,바리톤 최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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