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고장난 물방울

달그리매 2007. 8. 8. 14:52

 고장난 물방울/송반달  

 

 


  너를 놓치고 물방울 기다린다.


  동무하자 하는데 저 따로 가버린 정치, 동무하자 하는데 저만 높이 더 높이 고층빌딩으로 올라가버린 경제, 어깨동무하고 달 가듯 가자 하는데 KTX 가듯 질주해버린 사회, 너를 기다리며 나를 놓친다. 미처 손들 새도 없이, 이 정치를 이 경제를 그 사회를 동맥 혈관 같은 철로를 통하여 전국에 파송하는 서울 역사驛舍의 화려한 등불빛으로 소망의 무덤을 빵빵하게 채운다. 대부분 동장군의 시린 비소가 나와 너 사이에 유리벽을 설치하고 나를 네 바닥에 고독한 서릿발 인형으로 맺히게 하지만, 나는 0이 되겠다는 모태신앙으로 내 뼈를 원주圓周로 하여 나를 구성하고 있는 온 물들을 동그랗게 말고, 동무! 너를 향하여 기도하는 달팽이 된다. 달팽이 기도 들어주지 않으면 나는 물방울 돼버릴 것이다.


  그래도… 너는…

  너는… 내려오지 않는다… 너는…

  너는… 다가갈수록 아스라이 치솟는다… 너는…

  너는… 신기루처럼 아득하다… 너는…

  너는… 그래도…


  추락을 기다리는 것인가, KTX처럼 빠른 너의 추락을 기다리며, 나는 네 발 달린 물방울이다. 0의 눈으로 무엇을 보고 싶다. 0의 귀로 무엇 무엇을 듣고 싶다. 0의 입으로 무엇 무엇 무엇을 말하고 싶다. 0의 코로 그것들의 선악과善惡果의 육즙을 맡는 것이다.


  어디선가? 네 품의 품 그 어디선가 냄새가 난다. 아작아작 씹어도 하나 아파하지 않는 정치와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뜨려도 부로 부로 자라나는 잡초 같은 경제의 공장에서 찍어낸 사회의 타이어가 그 질기디 질긴 고무가 타는 냄새난다. 그 괘씸한 냄새는 대못이 되어 나를 찔러온다. 발통이 아프다. 태어날 때부터 예정된 듯 나는 펑크가 나고 펑크 난 내게서 휘파람 불며 내가 모두 새어나간다. 그러자 나에게서 새어나간 내가 갈아타고 갈 제5의 발통을 찾아서 방방곡곡에 하행 철로를 놓는 내 혈관들. 내 혈관들 0도를 향하여 곤두박질치는데 언제 올 것인가, 너는 언제 올 것인가. 내가 잡아타고 네 빵빵한 수도首都까지 말달릴 제5의 발통이여!


  나는 인내천 만지작거리다 고장난 정치다.

  나는 맑시즘 만지작거리다 고장난 경제다.

  나는 부패 통통 튀기며 공놀이 하다 고장난 사회다.

  완벽하게 아주 완벽하게 고장나기 위하여 노숙자다. 제5의 발통 0을 기다리며 고장난 시간표 눈에 그 눈을 관통한 심장에 찍어 바르고 0도의 체온을 꼭 유지하는 물방울이다. 데굴데굴 굴러가지 않기, 드글드글 바닥에 맺히기, 바들바들 아롱지기,


  오라, 0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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