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나

흘러가는 강물처럼

달그리매 2007. 8. 25. 20:39

    흘러가는 강물처럼

           - 시작론-

 

                                                                      이기철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삶도 있을까? 아마도 그런 삶은 없을 것이다.
아무 것도 의도하지 않는 생도 있을까? 아마도 그런 생은 없을 것이다. 누구든 자기 삶을 부둥켜안고 그 삶을 가꾸고 키우기 위해 생각의 수를 놓으며 살아갈 것이다.

시란 자기 삶의 밧줄을 당기거나 늦추며 힘겨운 자기 생을 끌고 가는 일이 아닐까? 시가 허구나 거짓이 아닐진대 시에 담기는 모든 언어들은 자기 생의 표백, 누구에게도 달리는 할 길이 없는 자기 고백 아닐까?

그 말 한 줄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무엇이 있기에, 그 말 한 줄을 쓰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기에, 그 한마디 말을 피 흘리듯 쓰는 것이 시인임을 굳이 릴케가 아니라도 시인은 체험한다.

어디에 닿을 줄도 모르면서 불어가는 바람처럼, 어디에 닿을지도 모르면서 흘러가는 강물처럼, 시인은 스스로의 시가 결국 어느 언덕에 닿을지도 모르면서 노를 젓는 사공과 같은 것은 아닐까?

특별히 의도해서 씌어진 시도 있지만 특별히 의도하지 않아도 시는 태어난다. 삶의 도처에서 만나는 사상들이 시가 됨을 우리는 종종 체험하지 않는가.
그러기에 나는 내 정서의 샘이 마르지 않는 한, 말의 쟁기로 시의 밭을 갈리라. 봄날의 따뜻한 햇빛 같은, 아침의 신선한 공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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