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에지야

이미지즘

달그리매 2006. 7. 18. 13:40

비평이론 / 이미지즘(imagism)

 

 

 

1912년에서 1917년경까지 일단의 영미 시인들이 일으켰던 시운동. 처음에는 에즈라 파운드가 주도하였으나 1914년부터는 미국의 시인 에미 로웰이 주도하였다. 그들이 시선집과 주로 활동한 문예지를 통해서 발표한 이미지즘의 근본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일상의 언어를 사용할 것. 그러나 반드시 정확한 말을 쓸 것. 너무 정확한 말은 피할 것.
2) 모든 습관화된 표현을 피할 것
3) 새로운 기분을 표현하는 새로운 리듬을 창조할 것. 옛 기분을 반향할 뿐인 옛 리듬을 흉내내지 말 것.
4) 주제이 선택에 있어서 완전히 자유로울 것. 현대 생활의 예술적 가치를 믿을 것.
5) 하나의 심상을 제시할 것. 구체적 사실을 정확히 보여주어야 하며 아무리 웅장하고 귓맛이 좋더라도 막연한 일반론 추상론은 배격할 것.
6) 견고하고 투명한 시를 창조할 것. 윤곽이 흐리거나 불명확한 시를 피할 것.
7) 집약, 집중을 위해 노력할 것. 그것이 시이 정수임을 알 것
8) 완전한 진술이나 설명보다는 간략히 암시할 것.
이미지스트들은 본래 1909년경 영국 사상가 흄과 어울리던 일단의 예술가들이었는데 그들은 그에게서 19세기 낭만주의를 배격하고 고전주의적 예술관을 부활시켜야 할 필요를 배웠고 또한 윤곽이 뚜렷한 시를 짓는 연습도 하였다. 그들은 낭만주의의 막연한 정신 편향과 센티멘털리즘에 반대하고 벽돌을 쌓아 올리는 듯한 정밀함과 억제력을 요구하는 고전적 태도를 가지려고 하였다.
그들의 지도자인 파운드로부터는 상상에 대한 확고한 개념을 배웠는데 그는 심상을 <지적 및 정서적 복합체를 일순간에 제시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그것은 최대의 힘이 한데 모인 초점이라고도 하였다. 그러한 순간적으로 집약된 엄청난 힘이 느껴지지 않는 시는 무가치하다고 하였다. 그러한 힘의 집약을 방해하는 요소는 막연한 감정, 사색, 묘사, 기계적인 리듬 등이라고 보았다. 그런 종류의 심상을 제시하는 것이 시이므로 시는 자연히 짧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하이쿠 중국의 한시는 그 간략한 인상적 묘사 방식으로 말미암아 이미지즘의 모범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이미지즘은 19세기 영미시의 전통을 청산하고 이른바 현대시의 시대로 넘어오는 결정적 단계로 보인다. 즉 하나의 전위적 운동이었다.
그것은 그보다 백여 년 전 워즈워스가 그 이전의 메마른 신고전주의 시의 모든 것에 반발했던 것과 비슷한 운동이었다.
워즈워스가 그 당시의 관습화된 시어 시형 소재 등 일체에 반대하고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말과 억양으로 일상생활. 특히 시골 생활에서 소재를 얻을 것을 주장했던 것처럼 이미지스트들도 현실 생활의 모든 것을 소재로 하여 낭만적이고 사색적이거나 감동이 쇠퇴한 시적 언어가 아닌 현실감이 있는 산 언어로 시를 쓰자고 했던 것이다.
낭만파와 그 후계자들이 시 정신과 영감에 의존하는 경향에 대항하여 이미지스트들이 작품을 갈고 닦는 숙련공의 태도를 가질 것을 요형한 것은 오히려 낭만주의가 반발했던 신 고전주의의 엄격성을 얼마쯤 닮고 있다.
짧은 기간의 운동이었지만 파운드는 그것에서 시작하여 후일 독자적으로 대성하였고 심상에 대한 관심이 보편화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19세기를 청산하는 결정적 요인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심상의 제시 이외에는 어떤 주제의 전개에 대하여도 무관심했던 것, 어떤 소재라도 그 심상만 제시하면 시로 간주한 것. 사물의 표현이 곧 이미지라고 본 것 등에 대하여 비판이 가해진다.
한국의 이장희, 오일도 , 정지용 등의 심상의 기교는 궁극적으로 이미지즘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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