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멸을 사랑하자 / 이승훈
오랫동안 시를 써 왔지만 아직도 나는 왜 쓰는지, 누가 쓰는지, 누구를 위해 쓰는지 모르며 시를 쓴다. 따라서 쓰고 싶은 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시 쓰기엔 목적이 없고, 따라서 쓰고 싶은 시가 따로 있을 리 없다. 미적 가치를 위해 시를 쓴다고 하지만 그런 가치를 믿을 수 없고, 자본주의는 이런 가치를 집어삼킨다. 이 시대의 시 쓰기는 심미화가 아니라 탈 심미화를 노린다. 미, 조화, 진리의 세계가 아니라 악, 파편, 허위의 세계가 문제이다.
사실 미라고 하지만 미의 기원은 추에 있고 추에서 미가 나왔다. 미는 추를 먹고 산다. 자연은 아름답지 않고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었다. 예술이 존재하기 전에는 마술이 있었고, 이 마술은 자연의 공포를 모방함으로써 그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예술은 이 공포를 미, 형식, 구성을 매개로 은폐하고 억압한다. 미, 조화, 질서는 하나의 가상이다. 이런 예술은 끝났다. 우리는 예술의 원죄와 만날 필요가 있다.
이 땅의 시인들에겐 이런 의미로서의 원죄 의식이 없고 나아가 이 시대가 환기하는 죄의식이 없다. 아무리 순수하고 고상한 정신을 강조해도 시인들은 이 시대의 죄, 이성이 이성을 배반한 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죄의식도 없이 시를 쓰는 시인들은 너무 순진하다. 좀더 불순한, 좀더 세속화된, 좀더 더러운 시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좀더 세속된 시를 쓰고 싶고, 그런 세속화의 극한에서 마침내 우리가 믿어온 예술은 끝날 것이다.
앤디 와홀은 무가치, 무의미를 사건으로 만들고, 뒤샹에 의해 미적 가치라는 예술의 환상은 끝났다. 남은 건 환상이 아니라 환멸이고, 이제 내가 할 일은 죽은 예술 속에서 죽은 예술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것은 죽음의 반복이고, 그런 점에서 시 쓰기는 생산이 아니라 소멸이고 이 소멸이 황홀하다. 사라지는 것, 죽음, 섹스, 망각은 황홀하다. 이 시대도 황홀하다. 왜냐하면 20세기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무가치, 무의미, 환멸을 사랑하자.
오랫동안 시를 써 왔지만 아직도 나는 왜 쓰는지, 누가 쓰는지, 누구를 위해 쓰는지 모르며 시를 쓴다. 따라서 쓰고 싶은 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시 쓰기엔 목적이 없고, 따라서 쓰고 싶은 시가 따로 있을 리 없다. 미적 가치를 위해 시를 쓴다고 하지만 그런 가치를 믿을 수 없고, 자본주의는 이런 가치를 집어삼킨다. 이 시대의 시 쓰기는 심미화가 아니라 탈 심미화를 노린다. 미, 조화, 진리의 세계가 아니라 악, 파편, 허위의 세계가 문제이다.
사실 미라고 하지만 미의 기원은 추에 있고 추에서 미가 나왔다. 미는 추를 먹고 산다. 자연은 아름답지 않고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었다. 예술이 존재하기 전에는 마술이 있었고, 이 마술은 자연의 공포를 모방함으로써 그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예술은 이 공포를 미, 형식, 구성을 매개로 은폐하고 억압한다. 미, 조화, 질서는 하나의 가상이다. 이런 예술은 끝났다. 우리는 예술의 원죄와 만날 필요가 있다.
이 땅의 시인들에겐 이런 의미로서의 원죄 의식이 없고 나아가 이 시대가 환기하는 죄의식이 없다. 아무리 순수하고 고상한 정신을 강조해도 시인들은 이 시대의 죄, 이성이 이성을 배반한 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죄의식도 없이 시를 쓰는 시인들은 너무 순진하다. 좀더 불순한, 좀더 세속화된, 좀더 더러운 시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좀더 세속된 시를 쓰고 싶고, 그런 세속화의 극한에서 마침내 우리가 믿어온 예술은 끝날 것이다.
앤디 와홀은 무가치, 무의미를 사건으로 만들고, 뒤샹에 의해 미적 가치라는 예술의 환상은 끝났다. 남은 건 환상이 아니라 환멸이고, 이제 내가 할 일은 죽은 예술 속에서 죽은 예술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것은 죽음의 반복이고, 그런 점에서 시 쓰기는 생산이 아니라 소멸이고 이 소멸이 황홀하다. 사라지는 것, 죽음, 섹스, 망각은 황홀하다. 이 시대도 황홀하다. 왜냐하면 20세기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무가치, 무의미, 환멸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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